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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한 모금/영화

귀향(2016)을 보았습니다

0. 조정래 감독의 귀향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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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두레소리, 파울볼 등 이야기가 있는, 조금은 다른 영화를 제작해온 조정래 감독이 군사위안부를 소재로 한 영화의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모금을 통해 만들어진 영화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2. 평범했지만 일본군에게 끌려가며 생지옥으로 가게 되는 시골 소녀, 1991년 성폭행의 피해를 입고 힘들어하는 소녀, 그리고 그 사이를 오가는 굿과 살풀이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남성에게 짓밟힌 피해자라는 공통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려고 하는 접근은 다소 불편했습니다. 감정의 집중이 고조에 이르기 전에 자꾸 전환이 되는 전개였고, 꼭 샤머니즘이어야 했었는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세밀한 감정묘사나 전개, 혹은 개연성에 집중하기보다 영화는 지금까지 풀지 못한 한과 억울함이라는 메세지를 전달하는 것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잘 전달되었다고 보입니다 (마지막 굿 장면에서 등장하는 일본군 유령은 오싹).


3. 사실, 이 영화의 의의는 영화 외적인 것이 좀 더 큽니다. 

우선 관객이 멀티플렉스를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몇 안되는 사례로 남을 것입니다. 사회고발 영화들의 특징이라 하면(ex. 카트(2014)), 저예산이고, 배급파워가 약하며, 상영관 수가 적다 라는 것을 꼽을 수 있는데, <귀향>은 관객들의 요구와 사회적 분위기로 상영관을 확보한 특수 케이스라 하겠습니다. 예술이 시대의 고발을 담당한다는 점에서, 좀 더 다양한 영화들이 관객의 선택권을 넓혀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멀티플렉스들이 반성해야되는데).

또한 정말 다루기 어려운 주제를 영화화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영화는 현실과 과거를 왔다갔다 합니다. 저는 그것을 다소 산만하고 흐름을 끊는 전개라고 표현했지만, 만약 과거의 이야기에 집중했다면 영화를 보는 내내 훨씬 불편하고 힘든 시간이 되었을 겁니다 (감독의 입장이 다소 이해가 가는 부분). 

마지막으로, (불가역적 합의를 하신) 정부도 사실상 손놓고 있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다는 점입니다. 관객들에게 아직까지 이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4.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전, 수많은 기부자들의 이름과 함께 피해 할머니들의 그림이 한장한장 보였습니다. 그림 속 할머니들은 여전히 꽃다운 나이인 10대였고, 그림이 묘사하는 장면들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사실 영화보다 그림이 더 마음이 아팠습니다). 우리가 그분들을 위해, 또 이런 일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해야할 일들이 무엇일지 생각해보며 극장을 나왔습니다.


해당 영화는 평점을 매기지 않습니다.

한줄평: 소녀상에 목도리를 두르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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