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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한 모금/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American Sniper, 2015)를 보고



아메리칸 스나이퍼 (2015)

American Sniper 
7.6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출연
브래들리 쿠퍼, 시에나 밀러, 제이크 맥더맨, 카일 겔너, 루크 그라임스
정보
액션, 드라마 | 미국 | 132 분 | 2015-01-14
글쓴이 평점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아메리칸 스나이퍼 (American Sniper, 2015)를 보았습니다.


0.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명배우가 명감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 인물입니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 (Million Dollar Baby, 2004) 나 그랜 토리노 (Gran Torino, 2008) 이 강렬하게 기억에 떠오르네요. 이번엔 브래들리 쿠퍼와 함께 미국 네이비 실의 전설적 스나이퍼인 크리스 카일의 이야기를 가지고 왔습니다.


1. 아군에겐 영웅이자 수호신이지만, 적에게는 공포이자 악마가 되는 존재가 스나이퍼입니다. 또한 그들의 한 발은 곧장 사살로 이어지기 때문에,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신중함이 요구되는 병과이기도 하죠. 영화는 크리스 카일이 4번의 파병을 통해 변화하는 과정을 좋은 짜임새로 보여줍니다. 아군의 안위를 위해 여자와 어린 아이도 쏴야 하는 그에겐, 심판자의 모습과 동시에 선과 악, 옳음과 그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을 보여줍니다. 나아가 크리스 카일이 고국에 돌아와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에도, 전쟁으로 피폐해져버린 정신은 예전의 그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강조합니다. 이는 전후 트라우마에 고통받는 많은 퇴역 군인들의 아픔을 대변해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죠.


2.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전쟁 중에 일어나는 잔혹한 사건들로 인해 인간성이 파괴되는 모습을 그렸다면,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전쟁이 끝난 후에도 전쟁의 흔적과 경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전쟁영웅, 또 그로 인해 고통받는 주위 사람들을 보여주면서 그들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영화가 미국 전쟁 영화 순위에서 라이언 일병 구하기(Saving Private Ryan, 1998)를 뛰어 넘은 것은 아마 많은 전쟁에 참가했던 퇴역군인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점도 있지 않나 추측해봅니다.(관련기사 http://money.cnn.com/2015/02/02/media/american-sniper-box-office/


3. 괜찮은 짜임새와 메세지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것은, "정의의 수호자 미국, 그리고 그 집행자 주인공" 이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입니다. 악을 처단해야 한다는 아버지의 가르침도 결국, 어찌됐던 그게 옳은 일이었어 라는 주장을 정당화하는 느낌입니다. 


한줄평: 애국심 강한 어르신의 묵직한 한 말씀